[영화감독 하명중의 나는 지금도 꿈을 꾼다] <44> '땡볕' 촬영 강행군

2008.11.10 

그리고 촬영 분을 가장 힘든 장면을 찍기로 하였다.‘강간 장면’이었다. 촬영감독이 신인에게 첫날 촬영 분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겠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매도 일찍 맞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현장에 함께 온 조용원의 어머니를 촬영지에서 격리시키라고 지시하였다. 조명을 마친 방안에는 조용원과 강간하는 마을 지주 역을 맡은 주상호씨, 촬영감독 그리고 나만이 있었다. 조용원은 작중 강간당하는 장면과 현재 그녀가 당하고 있는 처지가 다를 바가 없는 듯 공포에 떨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바로 저거다.’ 나는 실제 그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었다. 정광석 촬영감독은 재빠르게 카메라 스위치를 넣었다. 그녀의 옷이 벗겨지며 그 위로 남자의 손길이 더듬어 올라가자 그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밖에서 그녀의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장면’을 찍느냐는 것이었다.

촬영감독에게 빨리 서두르자고 눈짓을 하였다. 찰나 그가 나에게 한 곳을 눈으로 가리켰다. 그녀 몸 뒤로 빨간 빛의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이어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중단할 수 없었다. 급히 밖에 대기하고 있던 여 스크립터를 방안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그리고 재빠르게 촬영을 마쳤다. 조용원은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무슨 장면을 어떻게 연기하였는지 자신도 모르는 표정이었다.